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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0.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정우성)
    자기계발/독서일기 2019. 8. 16. 08:14

    난민. 까마득한 이야기다. 일제강점기를 피해 이주한 분들 정도려나? 살아남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고향을 떠나고 지중해를 건너다 죽는 일이 허다하다고 들었다. 어떤 나라에선 거부 당하고. 또는 하류층으로 살아가고 자식들은 더 힘들고.

    난민도 그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자국을 재건할 수도 있는 잠재력을 믿어달라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정우성씨의 그 화려함 뒤로 어린 시절 달동네에서도 제일 꼭대기 포크레인에 밀려 쫒겨나고, 또 쫒겨나고... 생존의 욕구조차 보장받지 못한 경험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우리가족은 시장에 살거나 남의집 귀퉁이나 2층에 살거나 아마도 1년에 한번씪은 이사 다닌 모양이다. 20살이 되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하게 되었는데 아프고 어두운 그림자에 잔뜩 주눅 들었었다. 자의식 없이 영구임대 만든 주공에 입사하고 계속 가족 뒷바라지 해야 했지만 좀 맘이 펴지다. 그때는 한겨레 신문 책코너 꼼꼼히 읽고 한달에 4권씩 책을 꼬박꼬박 샀던 것 같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내돈으로 사서 읽고 그 나쁜 깡패가 우리 회사(주공, 현 LH)라는걸 알았다. 그래도 많은 사람 집이 생기지 않았냐고 위로 삼았던 것 같다. 아픈 부모님에 동생들에 잔뜩 웅크려있던 24살 아가씨가 더 어쩔수 있었겠는가

    해맑은 얼굴을 하면서 떠들고 장난도 치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지금 하는 공부가 단지 자신의 일신을 위한 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평화로운 조국을 지켜 내고 다시는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할 일종의 무기이자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P83

    참으로 먹먹하다. 생존의 욕구조차 채워지지 않는 열악한 난민캠프에서 교육이라니. 그것도 동포들과의 공존을 위한 교육이라니. 어쩌면 우리가 이명박근혜 정부를 통해 혹독히 배웠듯이 그들도 극한 상황에서 더 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자립하지 못하는 삶은 모두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 P87

    현재로서는 생존이 시급하기에 자립이나 일상복원은 꿈도 꾸지 못한다.

    유엔난민기구는 현금지원을 우선으로 한다. 캠프 주변에서 구입해서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해당지역의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목적이다. 지역 주민들이 난민 수용을 조금이나마 더 우호적으로... 후원 물품은 배송비부터 적잖게 들거다... 한국의 개인후원이 세계 2위이다. P92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보고 70만이 난민반대 청원을 한 한국인들을 보며 수백만의 난민을 품은 레바논, 방글라데시, 지부티 등 부유하지 않은 나라들에 경외심을 갖게 된다. 말레이시아 등 난민을 보호하는 나라들에도 감사하다.

    후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난민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서로가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사했다. 우리가 갖는 작은 관심이 이들에게는 또 하루를 버티는 큰 힘이 될 것이다. P93

    "한국에도 불우한 사람들 많은데, 왜 굳이 외국 사람만 돕는거죠?" 정우성씨가 많이 듣는 질문인데 법륜스님이 답하신것 같다. '우리 다같은 세계시민이라고'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때 우리도 난민이었고, 외국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고...

    "난민을 돕는게 우리한테 무슨 이득이 있냐?"  전세계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가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단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희망으로 끝내 살아난 한 심리학자의 이야기로 우리가 용기를 얻듯 말이다.

    자기땅이 없는 로힝야족은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민족이다. 책에는 안나오지만 터키쪽 쿠르드족도 땅이 없는 상황인듯 하다. 유대인이 재력과 힘으로 팔레스타인을 몰아내 고통에 빠뜨린 것과 발해를 우리땅이라 주장할 수 없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땅이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서로 모순이다 보니 난감하다. 언제부터 얼마간 차지하고 있어야 자기네 땅이라고 인정해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누군가는 그간의 사정이나 이유를 묻지 않고 당장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들의 활동이 없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욱 큰 비극들로 가득찼을 것이다... 그 덕에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P139

    <팩트풀니스>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뉴스를 보며 세상이 끝날 듯이 느끼지만, 다른 이의 고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예멘난민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 때문임을 정우성씨는 반대댓글을 읽으며 간파하셨다. 기성세대의 욕심으로 빚어진 암울한 청년세대 및 여성들의 불안도 읽으시다.

    평생 지속되는 슬픔과 고통은 없다는 것, 역경과 인고의 시간 뒤에는 반드시 그 보답인 행복이 기다린다는 것. 소녀는 책을 통해 경험을 통해... 일찌감치 이 진실을 깨우치고 있었다. P185

    유엔난민기구 스탭들도 난민을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하니 우리도 그러하리라. 경험이 없어 난민을 공감할 수 없고 냉대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인들에게 정우성님은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하고 안타까운 마음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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