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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7. 남미 히피 로드 (노동효)
    자기계발/독서일기 2019. 10. 11. 21:19

    요즘은 스페인어에 푹 빠져 내일이 독서모임 날이라도 독서는 뒷전이다.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 관한 책을 빌려오다. 스르륵 사진만 몇장 보고 프롤로그만 읽었는데 너무 가슴 뛸까 두렵다. '천 개의 베개' 라니? 이름부터 뭔가 이상하다. '노' 길에서 '노동' 일하며 '효' 돈을 번다.

    방랑, 재즈, 선에 심취했던  비트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풍요라는 한계에 갇혀버렸고 남미로 퍼져가 진정한 히피가 된다. "저 너머 무엇이 있는지, 직접 가서 보고 말 테야! " 나를 울렁이며 깨우는 한마디~ 돈 걱정하지 않고 서커스 수공예 연주를 하며 여비를 마련한다. 누구와도 친구가 되며, 개가 되지 않기 위해 술도 마시지 않고, 육식도 하지 않는 평화 사랑을 추구하는...

    대마는 약으로 여기지만 술은 마약으로 여긴다. "술 마시고 제 아내나 아내를 패는 놈은 있어도, 대마고 제 아내나식을 패는 인간은 없거든! " 히피들은 담배를 권하면 독극물이 들었다고 거절하고 대마초나 담뱃잎을 손으로 말아서 피웠더랬다. P72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이나 상류층들이 대마초를 핀다고 떠들썩하고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만 우루과이를 비롯한 몇군데서는 합법화 되었다. 담배는 중독되어도 대마(마리화나)는 중독되지 않는다. 담배는 세금을 세게 매길 수 있으나 마약은 세금을 매기기 힘들어 불법으로 했다는 얘기도 미국인으로부터 들었다.

    베트남전 때 미군들에게 마약을 주었는데 전후에 대부분 끊었다. 마약을 못끊는 경우는 사회와의 연결감, 정서적 안정과 관련있다고 들은 듯하다. 마리화나는 중독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에게 남미의 인상은 범죄 가난 ... 그래도 춤과 노래를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 머물고 싶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더욱 스페인어가 끌리는지도 모른다. 책속의 스페인어 한줄, 유튜브에 들리는 한마디와 댓글들 나를 무척 설레게 한다. 외국어홀릭이 아니라 외국인홀릭이다. 즉 낯선 사람, 낯선 문화 홀릭이다.

    "세상을 구경하고 싶니? 어렵지 않아. 벌면서 여행하면 되니까. 누구나 연습하면 내가 가진 기술쯤은 곧 익힐 수 있어. 너는 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를 길에서 배우게 될 거야. 진짜가 뭐냐고? 감흥으로 가득한 삶이지! "  P11

    하루를 살아갈 돈을 길에서 버는데 모자에 동전을 넣는 사람은 북미 유럽 아시아 부자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의 학생 시민이라니 내 모습이 보여 부끄럽다. 감기로 하루 생활비를 벌지 못한 친구를 위해 저녁을 사는데 그 먼나라에서 한식당이라니 ㅎㅎ 길에서 만난 친구에게 밥을 사기 위해 가장 싼 숙소를 고집한다니.

    긴난한 여행자들은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버스를 탄다. 몸도 고되지만 아무런 풍경도 볼 수 없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지중해로 10시간 이동하다. 태어나 처음 보는 낯선 들판은 특별나게 아름다울 것이 없으나 흥분하게 했다. 아 낯섬이 주는 짜릿함~~

    남미를 침략한 스페인은 원주민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거의 전멸시킨다. 유명한 관광지들이 식민역사의 아픈 상처이다. 2015년이 되어서야 프란체스코 교황이 카톨릭교회가 저지른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다.

    무지개 모임은 학교이기도 했다. 서로 가르치고 배웠다...  그렇게 자매형제들은 매일 번갈아 가며 교사가 되고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숲을 벗어나 길을 떠도는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기술도 익혔다. P81

    "인간은 여행을 하고, 여행은 인간을 만들어냈다."  쿠바혁명을 성공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다시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생활을 하는 체 게베라. 재판도 없이 다음날 바로 사살 당한 그곳에서 저자에게 들려온 답변은.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내가 왜 다시 길을 떠났냐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그곳에 머물러야 하고, 방랑자가 된다면 불의한 사회를 방관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다릴 수밖에 없었지. 사회변혁과 방랑 둘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법이 내겐 게릴라의 길이었던 거야. P91

    집시가 로마니 민족의 단점 (게으르고 불결하고 반사회적인) 이 부각된 호칭인데 반해 보헤미안은 장점 (자유로움 예술성 반전통적) 이 부각된 호칭... 스페인까지 흘러갔을때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데 유럽보다 훨씬 물가가 싸다 하더군. P103

    장기여행자에게는 몇개월이 지나면 열정 설렘 감흥이 사그러들고 그게 그거 같다.

    일, 놀이, 공부, 휴식 이 4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삶의 활력이 솟구치지 않아... 한 도시에 오래 머물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지...  자유에 대한 갈망이 샘솟고... WWOOF 농장...  P116

    막심을 보내고 버스터미널 건물을 향해 걸었다. 스무 날 동안 용수철을 꾹꾹 누른 덕분인지 발걸음이 통통 튀었고 세상이 다시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결에 실린 자유의 냄새.  자, 다시 방랑이다. P122

    여행을 다녀오면 늘 집이 낯설었다. 그런데 코스를 다녀오면 집이 익숙하고 편안한게 참 신기했다. 호텔에만 있다 와서 여기저기 보며 신선한 자극이 없어서였는지? 여행이라는 환상의 세계와는 달리, 코스하며 삶을 많이 정돈하여 현실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서인지?

    인생의 고난을 세트로 겪게 되어 감당할 수 없는 마음에 코스를 시작한 이후로 멀리 떠나보지 않아, 여행 후 집에 돌아오면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없다. 부지런히 모아 떠나봐야겠다. 이제는 '내가'  '모은' 돈으로 내 두발로 가보자.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조금 자유로와 더 잘 즐길수 있을 듯하고, 돌아와서도 음미하며 다음 여행을 더 잘 준비할 듯하다.

    한도시 안에서도 숙소를 옮길 것. 자기가 묵은 동네로 그 도시를 기억하기 십상이거든

    "북한도 아니고 남한도 아니야 단지 꼬레아라고 No norte  No sur Solo Corea" 린 단지 지구인이고, 모두 우주에서 왔을 뿐이야... 유목민적 삶을 동경했던 보헤미안 헤르만 헤세는 <방랑> 이라는 수상집에서 경계처럼 증오할 것도 경계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고. 경계를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어나면 전쟁도 봉쇄도 사라질 것이라고. P123

    늘 남한에서 왔냐 북한에서 왔냐 질문받는게 숙명인 우리. 그래도 스페인어는 Korea 아니고 Corea 라 좋다. 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가 간판을 읽듯 나도 딱 그 기쁨을 맛본다. 작가님의 열린 따뜻한 마음 덕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어 한달 한 덕에 지명이 덜 낯설어 좋다.

    탱고는 몸으로 추는 게 아냐. 스텝이 아니라 음악이 먼저지. 가사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아. 탱고 가사는 정말 가슴 아픈 시들이지. 가사를 음미하며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가 탱고가 가슴으로 느껴지면 그때 스텝으로 옮겨. P136

    조심은 해야 하지만 잃어버리더라도 마음 쓰지 말자. 어차피 이생에서 잠깐 빌려 쓰는 물건이잖아. 그렇게 마음먹지 않으면 내가 소유한 것들은 짐이 될 거야. P148

    아르헨티나인에게 직업이나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자신이 마냥 좋아서 하는 일을 대곤 했다...  그들에게 예술이란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향유하는 어떤 것이었다.  P153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좋아할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하는 건 '다른 곳로 가는 길'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의 삶'이었다... 내게 여행이란 단 한 번의 인생에서 여러 겹의 생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P154

    유명한 미술관과 카루셀 여관 둘 중 단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카루셀 여관을 선택할 거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작품이 소장된 미술관이라 할지라도 3년이 지나면 대부분 잊혀진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람과 보낸 날들은 10년 20년이 지나도 ... P159

    이책에 추천사를 쓰신 김피디님께 이책을 읽으며 가슴 설레하신 분들께 나의 필사를 보며 복습하시라 하고 싶었는데 내 속내를 드러내는 일기 같아 망설여진다.
    ( II편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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