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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8.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자기계발/독서일기 2019. 10. 25. 20:41

    잘 나가던 여성이 회사를 그만 두고 산티아고를 갔다길래 궁금했다. 그런데 나도 가고 싶을까 두려워 선뜻 읽지 못하고 미루다 스페인어 공부 계기로 남미 스페인 책 하나씩 고르다.

    한국 엄마나 네덜란드 엄마나, 사람 엄마나 당나귀 엄마나 에미의 역할은 걱정하는 거고 아이들 역할은 떠나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원한 짝사랑. P57

    늘 우리 걱정이 많으시던 아버지가 치매로 걱정을 전혀 하지 않게 되시다. 그때 한편으론 기뻤다. 엄마도 자식 걱정 거의 안하시고 예전의 음식을 거의 하지 않으신다. 박스를 집에 한번 들이면 나가는 일이 없게 집이 짐으로 가득찬다.

    좀 버리라 하면 버럭하신다. 내가 그럴 정신이 없다. 버리면 필요할때 어쩌냐 하시며. 무거운 얼음을 들던 억순이 엄마는 간데 없다. 이제 70 이신데, 어이없는 일도 엄청 많이 겪으셨는데, 노후도 그닥 편치 못하시니 짠하다.

    자기 만족감을 위해 선의라는 가면을 쓰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설사 선의라 해도 상대가 요구하지 않은, 필요로 하지 않는 호의는 폭력일 수도 있다. P113

    착한여자컴플렉스인 내가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다. 적고 보니 문득, 싫다는데도 한사코 음식을 싸주시거나 택배로 보내시는 시어머니 생각난다. 때론 도움이 되었지만, 늘 비참한 마음이 들게 하는 말과 함께였다. 아들들 앞에서 심하게 말을 했더니 좀 조심하신다.

    산티아고 길은 3단계를 거친다. 몸이 힘든, 마음이 힘든, 영혼... 노란 리본을 준비해 간 저자에게는 좋은 일도 조금 불쾌한 일도 생기게 된다.

    사람들은 걷다가 바나 알베르게에 도착하 마자 와이파이를 켠다. 몇 시간 걷는 동안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느라 바빴다...

    왜 이 평범하지 않은 여정을 시작했는지... 명백한  이유가 있는 사람보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대부분이라는. 설사 특별한 이유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까미노에서 해결 방법을 찾고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P144

    이사벨이 내 앞에서 울고 있던 열두 살 아이를 불러낸 것은 내가 프랑스 사람이 아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에게 외국어로 말하는 것은 오히려 수월했을 테니까.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아픔과 거리를 둘 수 있으니까. 이웃으로 살 가능성이 없는 동양 아줌마에게 오랫동안 짓누르던 비밀을 털어 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P168

    순례자에게는 맑고 청명한 날보다 폭우가 몰아치는 궂은 날이 축복이다.덮어둔 기억을 소환해서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서럽게 울게 하더니 또 다른 기억을 불러내... 정신이 약간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딸은 자라서 엄마가 된다. 엄마가 된 딸이 자신의 딸을 통해, 시계를 고르던 아버지와 딸이었던 자신을 만난 것이다... 그 시절의 나를 용서하고 안아줘야 할 사람도 나였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나와 화해했다. 내가 사 준 비싼 헤드폰을 구석에 처박아 둔 내 딸 덕분이다. P183

    후줄근한 차림으로 도시에 섞이지 못하는 순례자를 사람들은 귀찮아 하거나 투명 인간 보듯 무시했다. 순례자끼리만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부엔 까미노!"  P188

    "오늘 그 애가 또 자살을 시도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내가 내일 돌아가는 이유는 무릎 때문이 아니라 내 아들 때문이에요" ...  노팅힐 브라우니 게임은 가장 불행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불행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고백함으로써 가장 큰 위로를 받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세상에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P196

    나는 천천히 혼자 걷고 싶었다. 혼자 산길을 걸으며 나를 만났다. 꽁꽁 숨겨뒀던 '나'였다. 잘난 하는 나, 착한 하는 나, 너그러운 하는 나, 멋진 척하는 나, 강한 척하는 나, 귀신같이 핑계를 찾아 회피하는 나 그리고 겁 많고 용기 없는 약해빠진 나를 만났다. 무겁게 짓누르던 내 안의 돌멩이는 바로 나였다. P217

    미노는 이렇게 내가 비난하는 것, 우습게 여기던 일, 나와 다르다고 쌓아올렸던 벽을 사정없이 무너뜨렸다.  P259

    능력이 있어서 사랑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게 되면서 매력이 넘치고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잊고 살아간다. P281

    마직막 날까지 까미노는 나의 허영과 교만을 집어내 코앞에 들이댔다. 안 그러려고 하면서도 좁아터진 소견으로 끊임없이 사람을 가르고 재단했었다. 사리아부터 걷는 단체 순례자가 나만큼 힘들지 않았다고 해서 은근히 멸시했다. P293

    스페인어를 시작한 덕분에 순례 증명서 (꼼뽀스뗄라)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걸었다 등 아주 까막눈이지는 않았다. 언어를 배우는건 그나라 문화도 배우는 거랬다. 스페인 남미 책을 고른건 잘한 선택이었다.

    증명서를 받는 줄은 두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순례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바꾼다. 아봐타를 하며 도움을 받기 위해 두시간 줄을 서야 했는데, 줄서거나 막히는걸 싫어하는 나는 그때 마음을 바꾸었다.

    그 긴 줄에서 어렵게 성폭행의 고통을 쏟아내고 중도에 그만두었다 부상까지 당하면서도 완주한 18살 소녀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까미노 인연, 까미노 가족이 되었다. 내 엉덩이를 덜썩이게 하는 부분이다.

    그녀의 엄마도 상처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고통만 준 것이 아니라 사랑도 줬다는 것을 기억한다고. P311

    부모님이 주신 사랑을 기억해 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살 이전의, 스토리는 없지만 감정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는 부모님 얼굴을... 그 화사하고 따뜻한 기운을...

    "순례 중에 우리가 모든 고통을 이겨낸 것과 같이 고통 당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함께 하게 하소서." ... 고통을 당하는 자의 아픔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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