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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9.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고미숙) II
    자기계발/독서일기 2019. 11. 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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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몸 전체가 그 소리의 파동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는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그 파동과 기를 몸이 기억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쿵푸다. P91

    영어문장을 암송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리부터 익혀 놓으면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뜻이 들어온다.

    낭독은 힘은 들지만 기혈 순환에는 아주 그만이다. 묵독은 힘은 들지 않지만 전신의 기혈이 막히기 십상이다. 몸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번다해지고,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동의보감>  P94

    묵독으로 책은 지혜나 진리의 보고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집합체. 뇌가 특권화되면서 시각이 중요하게 되면 다른 감각들은 침묵하게 된다. 자신이 읽는 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읽기와 말하기 능력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생긴다. P95

    한국인은 영어소리가 들리지 않아 따라하지도 못하고 눈으로만 배워, 읽기는 35위인데 말하기는 125위이다. 왜 그런지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암기는 소리없이 정보로만 기억되는 것. 뇌가 홀로 노동을 담당하니 기혈이 한쪽으로 몰려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  뇌의 에너지원은 세 가지. 산소, 영양분, 소리와 운동. 그래서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그럴 때 뇌는 쥐어짜지 않고 편안하게 충전된다. 소리를 낼 때 턱을 움직이는 것도 뇌를 충전하는데 효과적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는 전적으로 이 방법을 써야 한다. P97

    캬~ 소리로 외국어를 공부하면 훨~씬 쉬운데 왜 그런지 이제사 이해된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한문 불어 독어 일어 중국어 했는데 거의 기억나지 않는 이유일 테다

    대학교 4학년 때 고전문학 강독 수업. 한글로 되어 있긴 했지만 외국어보다 더 난감했다. 띄어쓰기 쉼표 마침표 따위는 일절 없었다. 일단 소리 내어 읽자 뜻이 파악되었다. 읽다 보면 목소리가 알아서 띄어 읽고 마침표를 찍었다. 아, 이게 모국어라는 거구나!  P102

    영어를 배울 때도 단어 암기나 문법을 먼저 하기보다는, 상황이 있는 대화문을 암송하면 어휘력도 절로 좋아지고 문법도 체득된다. 어휘력은 단어의 뜻만이 아니라, 발음 위치 어느 단어와 같이 어울려 쓰이는가를 총체적으로 아는 것인데, 이것은 학습보다는 습득되어야 한다.

    엄청난 주석을 필요로 하는 고사성어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소리와 진동을 타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말이란 맥락으로 전달되는 것이지 개별적인 단어와 숙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104

    조선시대 저자거리 강독사들은 아주 인기가 좋았다 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저자 마크 트웨인은 미국 곳곳을 돌며 낭독회를 열었는데 그 인기가 어마했다 한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보급되기 전에는 구전으로 전해질 뿐이었다.

    현대인들이 예능에 몰두하고, 개그콘서트에 열광한다. 화려한 스펙타클이나 배우들이 없는데도 대세가 된건 말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하루에 섭취해야 할 물이 있듯이, 말과 소리에도 하루에 듣고 , 해야 할 양이 있다. 그걸 충족하지 못하면 에너지가 안에서 고이고 뭉친다.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든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다. 쇼는 없어도 살지만 이야기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나마라도 듣지 않으면 마음의 갈증 또는 허기를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 사람들이 심심하면 동네 사랑방으로 마실 다니듯... 예능은 일방통행이라는 점이 좀 서글프긴 하다... 만약 개콘이 없다면 우리 일상의 말들은 얼마나 건조하고 궁핍할 것인가. P110

    그렇게 천 번, 만 번 반복한다. 그때 비로소 만트라는 온몸의 세포와 뼈들을 진동시키고, 마음과 영혼에 공명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몸과 마음과 영혼을 변화시키고,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영혼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이런 원리는 비단 만트라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모든 고전에 다 적용되는 사항이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이런 식으로 독서를 했다. 몸이 곧 책이 된다. P116

    법화경을 많이 보고, 만트라를 많이 하는 두 종교에 대해 들었는데, 효과는 기적이라 할 만하다. 이제 그 이유가 이해 간다. 그러나 저항이 없어지는건 아니다. 기복적인 요소가 많기에.

    우울증 환자에게는 <열하일기>를,  불면증엔 <목민심서>를 권한다. P134

    동의보감에 사람의 수명은 '호흡의 숫자'다. 운동선수들이 수명이고, '골골팔십'도 그런 이유. 그래서 양생은 호흡의 수, 심장박동수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술 섹스 화를 다스려야 하는 이유이다... 잠시라도 쉬면 죽을 것 같다. 이것이 불안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가...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 능력자다. P138

    😂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기대, 이것을 일러 망상이라 한다. 망상이 모든 불안의 원천이다. 그러면 집착과 기대를 버리면 되지 않는가? 그런데 기억이 이것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에 대한 재구성이고, 모든 기억은 날조다... 하나의 고정된 기억을 계속 되뇌이는 건 결국 욕망 또는 환상 때문이다. 트라우마의 원천이나 40대가 되어도 놓치 않는다. 그 이유는 미래의 환상에 있다. 시랑받고 싶다는 욕망, 스위트홈의 환타지. 그 결과 현재는 실종되어 버린다. P142 😅

    아~ 소름이다~ 어제 기억과 기대를 지우고 홀로 서자고 결정하고 뭔가 무너진듯 오랜만에 울적했는데, 오늘 이글을 읽는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나쁠 때, 또는 병고에 시달릴 때는 큰 소리로 낭독하여 옥외 산책의 즐거움과 효용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 P175

    머리가 산란할 때 묵독을 하면 한 단락도 집중하기 어렵다. 낭독은 그보다 조금 낫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다. 입으로는 소리를 내면서 생각은 먼 곳을 향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낭송을 해야 한다. P188

    영어공부에서 쉐도잉과 암송이 좋은데, 소리(쉐도잉) 없이 암송하면 힘이 많이 들고, 몸이 익힌게 아니라서 빨리 까먹는다. 쉐도잉 후 암송을 안해도 효과가 적다. 쉐도잉은 답지를 보고 있으면서 딴생각 하며 입만 놀릴 수도 있기에.

    노년이란 마음이 성욕과 야망 등 온갖 전투를 다 치르고 난 뒤 자신과 더불어 화해하는 시간이다. 이제 노년은 삶은 우정과 지성으로 연결된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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