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019.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고미숙)
    자기계발/독서일기 2019. 11. 2. 17:51

    .
    오랫동안 동양의학을 배웠다. 사부님이 '선생님들은 건강이 안좋다. 말을 많이 해서 찬공기가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내 신념으로 선택했고, 영어 암송이 효과는 좋으나 몸에는 안좋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 한달간 밤에 누워 자지 못할 정도로 기침이 심했다.

    유튜브에서 고미숙샘이 암송은 양생에 좋다 하신다. 언어는 제일 오래된 고전이라 할 수도 있을 터인데, 내가 아팠던 원인은 뭐란 말인가? 돌이켜 보면 빚독촉에 시달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급한 마음에 빨리 이루고자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던게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어암송의 정당성을 찾고자 이 책을 읽는다.

    "모든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
    '낭송'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 아니다. 낭송의 핵심은 외우는 것이다. 하지만 낭송은 암기가 아니라 암송이다. 암송은 소리로써 텍스트를 몸 안에 새기는 행위다. 그리하여 낭송이란 존재가 또 하나의 텍스트로 탄생하는 과정, 몸이 곧 책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P 책뒷날개

    문득 '낭송집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이 아니라 소리. 생각은 머리에서 떠오르지만 소리는 가슴속에서, 더 정확히는 오장육부에서 솟아난다. 그래서 '하는' 것이 아니라 '들린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머리에서 생각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왔다. 또 소리는 다른 소리를 부른다... 어느새 나는 고전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P8

    출판사에 전화 하니 오케이, 협력이 필요한 이웃들도 다 '좋아요' 행진~ 다른 이들의 몸에서도 '소리'가 울린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듯이.

    아봐타를 하고 나서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 수업 가는 곳을 그만 두어야겠다던지, 다른 곳에 연락해 봐야겠다던지.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게 참 신기했는데 오늘에사 답을 찾다. 요즘은 뜸한 걸 보면 성장을 멈추니 더 이상 직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보다. 미숙샘은 경지에 이르신 분이라,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도록 소리가 들리신다. (김피디님도 마음의 소리가 많~이 들리신단다)

    존재의 무게중심은 눈이 아니라 귀,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다. 존재의 평형수를 채우려면 이제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P22

    동의보감에 따르면 심장은 성음의 주인이고, 폐는 성음의 문이며, 신장은 성음의 뿌리다. 세 장기가 화음을 이루어야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 목소리는 의학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진단 기준이 된다.

    목소리는 곧 뼈의 상태이기도 한다. 소리=뼈,골수<정<신장  P24

    신라의 왕들의 호칭 중 이사금이란 명칭은 떡을 물었을 때 잇자국이 가장 많은 자를 왕으로 추대한 데서 유래... 뼈와 골수를 만든 나머지로 이를 만드니 이가 튼튼하다는 건 몸 전체의 뼈들이 튼튼할 뿐더러, 그 뿌리가 되는 신장의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걸 의미한다. 치아를 오복으로 친 건 이 때문이다. 신장이 튼실하면 수명도 길고 정력도 좋을 테니 자식도 풍성하게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귀가 발달하여 소리를 잘 들을 것이다. 경청보다 더 중요한 리더쉽은 없다. P25

    내 어릴 적 컴플렉스 중 하나가 전화 소리를 잘 못 알아들어 전화가 두려운 지경이었다. 30대 중반에 몸을 해독하여 신장이 조금 나아지고, 40대 초반에 마음을 해독하여 자존감이 높아져 공포심이 사라져서인지 전화가 부담되지 않게 되었다.

    신장이 좋아졌다 판단한 이유가 그 전에는 자다가 3~4번 화장실 가야 했고 잠을 설치니 아침에 일어나는게 고역이었다. 일어나기 귀찮아 계속 누워 있으면 잠을 못자니 화장실 다녀오는게 상책이었다.

    몸 해독후 불면증과 함께 싹 사라져 아침에 거뜬히 일어나게 되었다. 자살충동도 없어지고 잠자리도 가능하게 되었다. 밤의 어두움이 싫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신장의 색은 검정이라 신장이 약하면 깊은 물을 무서워 한다고)

    이어폰을 끼고 거리를 배회하는 순간, 바깥의 풍경들, 사람들은 다 꿈처럼 흘려갈 뿐이다. '소리 마약'  ... 일방적 공연이 늘었을 뿐 놀이도 줄고 말도 카톡이 대신 하니, 말이 줄어 변성기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성대결절이 많다. P29

    귀가 가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증상 중에 하나가 이명이다. 자신한테는 들리는데 남들은 전혀 안들리니 더 괴롭다.  정반대로 코골이는 남들은 다 듣지만 정작 자신은 듣지 못한다.

    연암은 말한다. "자기가 혼자 아는 것은 언제나 남이 알아주지 않아 걱정이고, 자기가 미쳐 깨닫지 못한 것은 남이 먼저 앎을 미워한다." P34

    소리를 위해서 돈키호테, 손오공처럼 길을 나서라 하신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 성장하므로. 산티아고를 걸으며 혼자일 때만 나를 만날 것 같지만. 동행하게 되는 지구인들을 통해서도 나를 만나고 성장하게 된다.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 '호곡장' 통곡하기 좋은 곳. 칠정 중에 슬플 때만 우는 줄 알 뿐, 희노애락애오욕 모두 울음을 자아낸다. P47

    악을 쓰며 울고 싶었던 적이 몇번 있었다. 적은 돈도 벌벌 떨고 못쓰는데 어마한 돈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졌을 때였다. 코스장에서 사람들은 잘들 통곡하는데 나는 남의 눈이 두려워 그러지 못했다. 속시원히 울어버렸으면 좋았을까?

    어릴적 트라우마가, 멀쩡이 잘 사는듯 하다가도 중년이 지나며 느닷없이 병으로 나타난단다.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쉽지 않겠지만 두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더욱  몸과 마음을 해독하는 이유다.

    귀는 자궁 속에 거꾸로 있는 태아와 매우 닮았다. 실제로 귀에 침을 놓는 자리를 보면 자궁 속에 거꾸로 있는 태아의 머리의 장기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P51

    일원동 삼성병원에서 큰딸이 태어날 때 남편의 입실이 금지되었다. 너무 힘들게 나았을 때 아이를 안지도 쳐다보지도 안았다. 생기기도 전부터 얼마나 기다리던 아가였는데,

    마음이 아파 걸어가서 젖을 물리다. 초음파 때 장군감이래서 남아인가 했는데, 나를 쏙 닮은 이뿐 아가였다. 세수를 안해도 이뿌고 세수하면 광채가 나는. 일주일에 한통씩 필름 카메라 찍다.

    태어나자 안아주지 않은 것, 돌 전에 양육자가 나 고모 외할머니 외갓집 어린이집 수차례 바꾼 것은 어마한 충격였으리라. 바로 동생 가져서 하루 종일 기다린 엄마가 회사 다녀와 9시면 기절한 것도. 겨우 20개월에 사랑이 동생에게 싹 가버리고 유모차 짐칸에 실려다녔던 것도.

    '일야구도하기' 온갖 물소리가 범람한다...  "이는 모두 바른 마음으로 듣지 못하고 이미 가슴속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소리를 가지고 귀로 들은 것일 뿐이다." 소리와 마음에 관한 최고의 통찰이다. 이 정도로 소리를 분별한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청각은 물론 신장도 튼실 게다... 그의 글에 흐르는 유머와 역설 또한 물(신장)의 기운과 무관하지 않다. P53

    영어소리를 들을 때 자기한테 저장된 소리로 듣고 실제 소리를 듣지 못하다. 내는 소리를 교정함에 따라 영어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게 된다. 전화수업 하다 보니 이어폰 자주 써서 귀에 탈 날까 걱정인데, 소리 구분이 발달하여 내 무기가 되는데 신장이 덩달아 튼실해진다는 뜻?

    연암의 절친 이덕무는 책벌레였는데, 책을 읽으면 배고픔을 잊게 하고 추위를 견디게 하고 근심걱정을 날려 버리며 기침을 그치게 한다. P69

    그랬음 좋겠다. 배고프면 암송할 기운이 없고, 심하게 암송하면 기침이 난다. 단 하나, 근심걱정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인디언들이 부르는 '죽음의 노래'

    오늘은 죽기 좋은 날
    ...
    웃음이 가득한 나의 집
    그리고 내 곁에 둘러앉은 자식들
    그렇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떠나겠는가. P79

    <돈키호테> 마르셀라... 그녀가 원한 건 자유다. 그래서 숲과 골짜기의 고독을 택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유와 고독을 반납하는 것이고... 그녀는 결코 남성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P84

    ( 이어서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