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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일기 (2019.11.11~15)쓰기기초/세줄일기 2019. 11. 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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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버리시던 외할머니, 우리 네식구보다 더 짐이 많은 듯한 친정엄마, 살기 위해서 이제 버리기 시작한 나. 그림을 못버리는 딸들.
4대가 다 별로 사교적이지 않다. 피해의식 또는 트라우마가 있으리라. 20대에 과부가 된, 평생 알콜중독자 뒤치닥거리 하고 아픈 몸만 남은, 늘 사랑이 고픈, 그리고 곧 21살 23살 딸들.
외할머니는 요양원 계시고, 큰딸인 우리엄마는 본인도 70이라 일년에 한번 뵈러 가지도 못한다. 나는 딸들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걱정중 ㅎㅎ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외가는 사람의 온기가 없어 그렇게 허물어져 갈거다. 재건축이 쉽도록...
외할머니가 나무 하러 가셨다 가져오신 개암 열매, 매일 살강이랑 찬장에서 야금야금 꺼내먹던 곶감, 고구마 말랭이, 대문에 커다란 무화과 나무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밖에 없던 시골에 도로가 닦이며 트럭도 수시로 지나다닌다. 엄청 크게 보였던 느티나무, 개울로 가는길, 다이빙 하던 큰바위, 개울들 모두 이렇게 작을 수가. 뒷동네 길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내꿈에 자주 보이는 그길을 가봐야겠다. 그길은 왜 그리 어두워 보일까?
겨울 빨래를 걷으면 얼음이 얼어 있다. 내 손은 터서 새까매서 제사라 내려온 이모 삼촌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장갑을 끼고 있다. 미리 씻고 바세린을 바른 건 그보다 더 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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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채팅방 남자 셋 모두 말수가 없다.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 어쩌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시작되었지만 수를 잘못 두고 그 결과에 압도당해 흔들리며 이끌려 다니는.
그래도 남동생은 책을 읽으니 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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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오늘은 여러번 눈물 짓는다. 글로 적고 보니 비로소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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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짝사랑을 끝내기로 한다. 앱을 숨기고 수시로 연락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꿈에도 만나지 않기로. 생각은 나겠지만 생각을 멈추고 그리워 않기로.
외로울 용기가 생기다. 이유는 모르겠다. 남편과 관계가 조금 나아졌기 때문인지, 수업이 조금씩 늘며 경제적 압박이 약해져서인지, 갱년기로 제3의 성 아줌마가 되고 노화로 외골수가 되어가는 때문인지, 김피디님과 도반님들과의 유대 덕분인지, 독서와 일기쓰기를 다시 시작한 덕분인지...
외로운 대신 양심의 가책이 덜하니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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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기대, 이것을 일러 망상이라 한다. 망상이 모든 불안의 원천이다. 그러면 집착과 기대를 버리면 되지 않는가? 그런데 기억이 이것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에 대한 재구성이고, 모든 기억은 날조다... 하나의 고정된 기억을 계속 되뇌이는 건 결국 욕망 또는 환상 때문이다. 트라우마의 원천이나 40대가 되어도 놓치 않는다. 그 이유는 미래의 환상에 있다. 시랑받고 싶다는 욕망, 스위트홈의 환타지. 그 결과 현재는 실종되어 버린다.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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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트리님이 어여 쾌차하시길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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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해본 게 많다. 베낭여행도 못해봤고. 고딩 때는 사춘기 심하게 하느라, 대딩 때는 연예 하느라 베프가 없었고. 혼행도 못해봤고. 영화도 소설도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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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 총량의 법칙처럼 불행도 총량의 법칙? 어릴 때부터 폭력 부모이혼 아니지만 어마한 일을 겪었고, 최근에른 부 관계 건강 최저를 다 겪었으니, 앞으로 탄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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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모에 대한 기준치가 높은 것처럼 내가 부모로서 나에 대한 기준치가 높다.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말이다. 딸들도 부모에 대한, 자신에 대한 기준치 높다.
문탁 사람들은 작은딸 마음을 이해해 준다니 감사하다. 남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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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가계부를 보며 먹먹하다. 별로 사치나 교육비는 안들었지만, 나름 어마어마하게 썼다. 얼마나 어깨가 무거웠을고.
수입이 늘면 다시 그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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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내 책임이고, 내가 외로운 것도 내가 원인 (용서하기에 실패함. 나를, 남을) 이지만, 우리가 외로운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우정을 발휘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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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서 커트한 이유? 머리가 빨리 안마름, 모자 쓰면 푸들같이 보임, 산책하고 오면 더움, 빠진 머리카락 너무 길어 휴지통 넣기 불편, 볼살 있을 때 커트 해보기, 야무져 보이기, 쉬크
긴머리가 거추장스러워지는 건 나이가 든다는 뜻. 약간 여성스러움을 포기하고. 나이 들어 음식하기 귀찮아지는 것과 비슷한? 나는 음식이 귀찮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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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새에덴교회 목사님이 건축헌금 내라 하셔 정이 뚝 떨어진 이유는? 나도 공돈 무지 바람.
잠수 타는 친구를 못견뎌 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신뢰가 없음. 부모로부터 제대로 사랑받고 안전기지를 갖지 못했기에
혼자만 착하고 고고한 척하는 나구만. 들통 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며 가면 쓰느라 피곤한 거라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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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가 나와 연락을 끊는다고 해서, 내가 도움이 못되나 보다 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건 내 욕심인 듯하다. 머리로는 알지만 ...
그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음을 믿자. 내가 그래 왔듯이...
ㅡㅡㅡ'쓰기기초 > 세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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