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잼보리가 열리는데 25,000명의 외국인이 온다. 대인원을 먹이고 재우고 이동시키는 미션 임파서블에 잠시 참여하고 온 후기입니다.
내가 관통사 시험에 도전한 것은 영어선생으로서 스펙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변변한 경력도 없어서 이력서 한줄 채울 요량이었다. 관광’통역’안내사. 참 뽀대나지?! 그런데 멘토나 동료멘티들이 한국관광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헉~ 사람에 넘어가서 서울5대궁 실무반도 듣고 창덕궁 투어 진행하니 수원화성 3시간코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기다.
손님이랑 이동하고 식사하고 나에게 무지 두려운 일이라 그냥 2~3시간짜리 투어나 하려는데 한 동료가 잼버리 투어가이드 모집한단다. 그런데 남미에서도 온단다. 아싸~ 드디어 스페인어 원어민을 만나 스페인어를 써먹겠구나 하는 순진한 생각에 내가 그룹투어를 못할 오만가지 이유에도 신청서를 냈다. 영한올 리더 알렉스쌤이 하자 하시니 걍 신청~
이력서에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쓰고 스페인어 가이드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스페인어에 대한 어필을 많이 했다. 그 덕인지 그룹투어 경험은 1도 없다고 적었지만 연락이 왔다. (그런데 투어중 학생들도 여럿 영어로 소통이 되니, 대화는 한번도 못하고 나 혼자 마이크 들고 스페인어 떠들었음)
클났다. 그렇게 덜컥 붙을 줄이야. 80%는 가본 적도 없는 곳이다. 두려움이 너무 커 포기하고 싶었지만 라이프코치도 알렉스쌤도 가족도 해보라 한다. 오케이~ 한여름 투어이니 보약부터 준비~ 그런데 답사 가는데 나만 아무것도 모름 헉~ 그쪽 생리 파악하고 투어 동선 짜느라 방문 장소에 대해서는 공부할 새가 없다. 완전 맨땅에 헤딩, 무에서 유를 창조였다.
감동 X 100
1)임진각 망배단 Ofrenda, Dia del los muertos 등 애니 <코코>에서 들은 것 얘기하고 멕시코에서도 절 하냐 물으니 예스 하며 무릎 꿇는 것이 중요하다 한다. 몇이 한국 절 해보겠다 한다.
2)전쟁기념관 멕시코가 한국전 참여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구글링 하니 작년에 90대 군인 몇분이 다녀가셨다. 왜? 미군 160만명 중 10만명이 미국 거주 멕시칸. 36,000명 전사이니 최소 2,000명이 멕시칸. 잊혀진 용사들이다. 작년에 전시만 했을 뿐 현재는 아무런 참전 흔적이 없다. 아쉽~
그래서 전쟁기념관 입구 옆 명비 (Honor of Roll) 위에 있는 글을 스페인어로 조각조각 번역기 돌려 읽어주다.
Nosotros honramos sus abuelos que contestan a la llamada para defender un país y el pueblo que ellos nunca conocieron. Muchas gracias.
14~17세 아이들의 박수 많이 받다.
3)아이들과 헤어지는 시간
He estado feliz de estar contigo. Que tenga un viaje seguro a casa.
4)헬퍼 블랑카 testify 보내주시다. 완전 과찬~ 일단 만일을 위해 킵. 한국여행사가 원하는 가이드상은 손님에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돈 적게 쓰고 컴플레인 안올라오게 하는 사람이라 현재는 큰 도움 안되니 킵
5)동양인 같은 레베카 나 없다고 운단다 ㅜㅜ 아빠가 한국인?
+ 헤어질 때 까밀라 페르난도(블랑카 아들) 등이 안아주다
6)셀프감동. 한국에 좋은 인상 갖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알려준 이름들을 한글캘리로 써서 보내다. 라파엘이 한글 읽은 줄 아니 물어보게 하다. 못읽을까 정자 추가. 꽃은 어사화.
실수 실수 또 실수
1)1일차 종로시민식당. 9~10시까지 놀고 싶다길래 선배한테 들은대로 기사님께 팁100달러 드리라 했더니 많다고 놀라더라.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애들 데리고 사라짐. 놀라서 계산도 깜박하고 찾으러 감. 곧 팁 얘기 취소함. 이때부터 TC 파멜라 나에게 야비하게 굴고 내가 못알아 들을 때 차분히 다시 말하지 않더니 스페인어가이드로 교체 요구
2)N타워에서는 미팅포인트 미쳐 몰라 케이블카 내려서 있는 러브라커로 하니 지나가는 분이 가려져 사진 못찍는다고 뭐라 하신다. (위에 팔각정으로 할 것, 전쟁기념관은 건물 크게 보이게 하거나 거북선 앞에서) 케이블카 몇명당 몇명 할인도 챙길 것. 직원이 먼저 말 안함
3)보조배터리 안가져가 버스에서 충전하다 두고 내림. 북촌에서 완전 공포~ 다행히 기사님이 근처에서 이동하시려던 참. 휴~
4)기사님이 홍대로 찍어 ㅜㅜ 미팅포인트 때문에 10분 돌아 8번 출구 하차. 스카웃들이라 잘 찾아올텐데 그냥 미리 내려줄걸. 이쪽이 번화가라 두번이나 얘기했는데 가보니 한가함. 헉~ 쥐구멍 필요해 (변명 : 계속 전화 받고 단톡 따라가느라 -첩보작전- 홍대 지도 찾다 까먹음)
5)5년차 핸드폰이라 와이드사진이 안되어 사진을 다 달라해야 함. 사진 찍어주는 것도 습관이 안되어 있다. 역광사진이라니 으으윽
컴플레인 해결 못해서 결국 잘림
1)된장찌개에 멸치육수일 수 있다 하니 베지인 까밀라가 먹을게 없어 운다. 식당주인 확인하고 먹게 하다. (잘한것-불고기로 많이 가버려 리더가 된장찌개 먹게 되어 요청하니 불고기 주신다.)
2)4호차에 3명이 아파서 광장시장 안내렸는데, 버스는 주차할 곳 찾아 자꾸 움직이고 3명은 병원 가겠다 내려달라 하고. 번역기 써도 소통이 안되고 … 이 상황을 설명해줬어야 하는데 미쳐 생각지 못하고 넘어감. (변명 : 화난 사람 앞에서는 얼음***)
plus, 드라이버 컴플레인 들어왔다는게 4호차 얘기였는데 내가 팁 얘기한걸 내입으로 불어서 한쿠사리 먹고 바로 사과 (선배가 회사에 잘못 인정하지 말랬음)
4)억울 남보다 2시간씩 더 일하며, 인사동도 2번 가고, 4호차 3명도 태우러 다시 가고, 광장시장 3명도 정원 오버로 태우고 했으나 잘리다. 20,000보+15,000보
헬퍼 블랑카 왈, “일본에서 끽소리 못하고 호되게 당해서 지쳐서 그런다. 부당하니 Testify 써주겠다. 지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 총리더 로레나도 도와주겠다 하나 회사에서 맘 정한듯 하여 고맙다고만 하다. 초행길도 무섭고, 무엇보다 피부 등 건강문제도 있고
5)헐 가이드 교체 후 파멜라 4호차로 이동. (쫒겨난 것인지? 4호차 가이드가 요청한 것인지? 악성 해결 잘하는 사람이 일이 많다 했었음) 4호차 가이드한테 파멜라에 대해 다 얘기해서 상황 다 아니, 파멜라 보라고 기사와 대판 싸우는거 보여줬다 함. 다른 가이드는 일정대로 빨리 다닌다 했더니 가이드 소집하라더니, 아무소리 안하고 하루는 투어동승도 안함. 역시 의전의 문제 ㅜㅜ
실수하며 배운것
답사의 중요성 깨달음. 손님과 방문이 첫답사라니 기본이 안되었음 ㅜㅜ
서로 안가본 곳이 있으니 몇차씩 묶어서 동행하기로 했으나, 대장이 우리차에 종류별로 세명이나 타는 바람에 문제 있으면 늦게 출발해야 해서 동행 불가. 버스에서 지도로 익혔는데 주차장 내리니 아무것도 안보인다. 방향감각만 익힌 것일 뿐이니 임진각에서 물어물어 망배단, 증기기관차 찾아가다. 스카웃들이 바른 길로 가는데 반대로 오라고 해서 나중에 얼굴이 화끈했다.
그래도 베스트 가이드라고 말씀해 주시다. (내돈 내서라도 평화의종 쳐보게 할걸. 아쉽~ 1시간 늦게 출발할 터라 연장한 점심시간 3시도 못 맞추게 생겨 마음이 급했다.) 경험자들은 처음 가는 곳도 문제 없을 것임.
얻은것 많으니 실패가 아니고 성공
1)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1박2일 투어 자신감. 캐파 확장. Yay~~~
2)멕시코친구. 친구가 무려 주한멕시코대사라 한다. 스페인어 학생들 데리고 갈 곳이 생기면 좋겠다. 인생 어디로 튈지 모르는거 아님.
스페인어는 한국인들이 로망 있고 내가 쓸 때도 학생들 가르칠 때도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 그래서 이걸로 내 수업 커리어 밀어 볼 참이다. DELE B2 따고 스페인어 가이드까지? ㅎㅎ 심지어 스페인어권은 완전 사람 좋아한다.
3)내 룸메 현업가이드님. 나한테 틱틱거리며 다 가르쳐 주신다. 초보 티내지 마라시며. 그분이 주신 정보가 없었으면 답사를 못한지라 많이 헤매였을 테다.
4)내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통찰 (이건 다른 포스팅) 내가 이 일을 두려움에 저지르지 않고 안주하고만 있었더라면 이 생에서는 모르고 갈 것들이다. 왜 파멜라에게 화가 나지 않는지 코칭 가면 다뤄봐야겠다. 그녀가 어린 자녀 사진 보고 미소 짓는 걸 보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다.” 선택하기로 “그녀가 한 일은 그녀의 것이다.” “내 삶에 일어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 내가 책임진다.” "나쁜 것은 혼자 오지 않는다."
5) 나를 돌보지 못함. 그러나 성공! 귀가후 3일차 몸살, 4일차 두통, 6일차 코감기로 밤새 기침, 8일차 두드러기. 영양제만 믿고 덥다고 먹는거 소홀히 하고 잠 못자고 신경 많이 쓰고 스트레스 받은 탓 (집밖을 벗어나니 오랜만에 아프다. 이것이 성공~)
마무리
내가 가이드 일을 참 좋아한다는 걸 다시 깨닫다. 새로운 사람도 좋고 그나라를 아는 것도 좋고 한국을 알려주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제일 많이 한 스페인어는
애들 모을 때 “메히꼬 우노 뜨레스 Mexico Uno Tres (1-3)”
버스에서 마이크 잡을 때 "Chocos chicas" (Chamacos는 차마 써보기도 전에 ㅜㅜ)
화장실 더는 없으니 지금 가라고 "Baño, ultimo baño"
폭염에도 잼보리 재밌게 마치고 무사히 귀가하길 🙏
p.s. 여행사 대표님 왈, “초보라도 여행사에 또는 손님한테 절대 초보라고 말하지 마라. 우리는 여러분을 프로라고 생각한다.”